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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day, Every moment.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저 난다 출판 나 때문이 아니었어. 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던 거야. 다만 오로지 그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거지. 질량과 질감이 다른 다양한 관계들을 혼자 다 대신할 수는 없었어. 역부족도 그런 역부족이 없었던 거야. 어떤 순간이 있었어. 갑자기 한순간, 네가 나를 이상하고 달콤한 사랑 이야기. 완전히 잊었다는 걸 깨달았어.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순간 이후로 다시는 날 생각하지 않을 걸 알았어. 완전히 잊혀버리는 시점 말이야. 그게 굉장히 실체를 가지고, 누가 친 것처럼 쿵 때렸달까. 전혀 과학적이진 않지만. 그냥 곁에 있어줘.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널 위해서 돌아왔는걸. 그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먼길이었을 거야. 내가 온 길보다도 먼길이야. 한아는 장..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저 상상출판 리디북스 출판 행운은 좋은 습관이 불러들인 결과이고 깨끗한 장소의 정돈된 느낌은 내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개운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 하나로 모든 게 잘 될 거라 낙관하게 된다. 그러니 미신적 의미여도 마음을 의욕적으로 만들어주니 결국 사람의 행동은 변한다. 침울한 기분이 바로 들뜬 마음으로 달라졌다. 내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가진 치유의 힘이었다. 쇼핑 치료라는 말이 있다. 쇼핑은 제대로 하면 실제로 상처 난 마음을 달래준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또 받기만 하는 관계는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나는 조금이나마 내게 너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인상과 그에 걸맞은 약간의 대우를 바랐다. 어떤 관계에서도 그 정도..
돌이킬 수 있는 문목하 저 아작 리디북스 출판 차라리 이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떻게든 이 남자를 죽였다면 좋았을 것이었다. 이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여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시간의 타래가 감길 때마다 그 생각은 퇴색되었다가 덧칠되고, 희미해졌다가 견고해지길 수 없이 반복하는 변덕을 부리게 되지만. 우리는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지옥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온 사람들이다. 그것도 혼자서 살고자 하는 욕구를 누르고 다른 이를 도와 함께 살아 돌아 왔다. 우린 싱크홀에 떨어져서도 포기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 싱크홀이 생기기도 전에 포기해버리면 미래의 우리가 분명 화낼 거예요. 그러니 이번 희망도 부서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해요.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재미 있었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을 들었는데 왜인지 알 것 ..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김규진 저 위즈덤하우스 리디북스 출판 매일 매일 구체적이고 작은 승리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당장 거대한 악을 내가 직접 모두 물리칠 수는 없겠지만 하루하루 작은 차별과 혐오와는 싸워나갈 수 있다. (중략)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작은 싸움을 이겨내고 승리했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해보니 되더라고, 동성애자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동성동본 혼인 금지, 호주제와 같이 지켜야만 할 절대적인 가치로 보였던 일들이 2, 30년이 지난 지금은 정말 별것도 아니지 않나. 우리의 결혼도 30년 뒤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니. 결혼 승낙 발언으로 들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말이었다. 앞으로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서로만 바라보며 이겨내자는 내용을 담아 많은 결혼..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 최혜미 저 푸른숲 출판 여자가 자기 몸을 살펴야 하는 이유는 '엄마가 될 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내 몸'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루, 한 달 흐름에 따라 변하는 내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심신의 불편함을 덜고 내 몸을 향한 자신감을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나이 들지 않는 몸은 없고 진시황의 불로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속한 사회와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면 몸도 마음도 조금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질환이 아니라 내 몸을 알아가는 그 과정입니다. 일분기에 여성 건강 관련 책을 읽고 여성 건강 관련 도서에 꽂혔는데, 3분기가 되어서야 또 다른 여성 건강 책을 읽게 되었다. 출산과 육아에 관련된 책은 많은데 (사실 아..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신예희 저 드렁큰에디터 리디북스 출판 돈을 쓴다는 건 마음을 쓴다는 거다. 그건 남에게나 나에게나 마찬가지다. '나를 위한 선물'이란 상투적 표현은 싫지만, 돈지랄은 '가난한 내 기분을 돌보는 일'이 될 때가 있다. 가볍게 보면 재밌는 책인데 트위터를 하면서 봤던 이야기들이나 느낌이어서 조금 아쉬웠다. (근데 작가님이 쓴 글일 수도 있다... 트위터 특성상 빠르게 흘러가서 봤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트위터에서 본 것들을 모아둔 것에 가까워서 아쉬웠지만,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고 공감할 수 있는 돈지랄 부분이 많았고 웃겨서 좋았다. 나도 트위터리안이라 그런지 글에서 익숙한 향기가 많이 느껴졌다(웃음). 2020.08.24 ~ 2020.08.24 완독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저 문학동네 출판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붙드는 일, 삶에서 우리가 마음이 상해가며 할 일은 오직 그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p.293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복잡하고 또 어렵다. 이 책으로 복잡한 인간관계를 대리 체험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가 아님에도 내가 싸늘한 분위기 속에, 무안함 속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그 자리를 벗어나오고 싶을 정도였다. 에휴... 인간관계 너무 힘들다... 2020.08.18 ~ 2020.08.21 완독
경애의 마음 김금희 저 창비 출판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p.27 뭐 세상일이 그렇게 쉽게 갈려요. 그 단순한 생각이 퇴행이죠. 살면서 조금씩 안 부서지는 사람이 어딨어요? 아무 사건 없이 산뜻하게 쿨하게 살자 싶지만 안 되잖아요. 망하는 줄 알면서 선택하고,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부서지고. 상대를 괴물로 만들고 죄를 뒤집어씌워봤자 뭐해요? p.155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에는 육체 너머의 것이 있다는 것, 어떤 사랑은 멈춰진 기억을 밀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
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저 문학동네 출판 나는 일상을 가만히 견디다가도 어느 순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주변의 누군가에게─낯선 당신에게라도─가서 막무가내로 묻고 싶을 때가 잦은데, 그건 그러니까 왜 이렇게 됐습니까, 하는 질문이다. 괜찮습니까, 하는 질문. 왜 이렇게 됐습니까, 괜찮습니까. 그렇게 물을 때 나는 사람들 곁에, 차가운 창의 흐릿한 입김처럼 서 있겠다, 누군가의 구만육천원처럼 서 있겠다, 문산의 느티나무처럼 서 있고, 잃어버린 다정한 개처럼 서 있겠다. p.286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이 너무 한심하고 찌질하게 그려져서 책을 덮을까 말까 고민을 했다. (굳이 찾아 보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컸다) 읽기 싫은 마음과는 별개로 읽혀지긴 잘 읽혀져서 끝까지 읽긴 읽었는데, 왜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