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독서 기록/2020년 (54)
Every day, Every moment.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저 민음사 출판 어느새부터인가는 보상을 바라는 마음도 버렸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은영의 일은 은영이 세상에게 보이는 친절에 가까웠다. 친절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만약 능력을 가진 사람이 친절해지기를 거부한다면,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치관의 차이니까. p.117 -나쁜 일들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곳이야. / "나쁜 일들은 언제나 생겨." p.192 어차피 언젠가는 지게 되어 있어요.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 그게 이번이라도 괜찮아요. 도망..
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저 다산초당 리디북스 출판 역사는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입니다. 수천 년 동안의 사람 이야기가 역사 속에 녹아 있어요 그중에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사람을 만나 그들의 고민, 선택, 행동의 의미를 짚다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게 바로 역사의 힘입니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 판단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상대가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헤아려보는 일입니다.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도 달라질 것입니다. 인기 스타처럼 떠오르는 동시대 인물을 멘토로 삼는 대신 역사에서 롤모델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전..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심너울 저 아작 리디북스 출판 제목이 문장형이고 너무 어그로라 읽기까지 망설였다. 첫 장을 읽고는 이게 뭐지? 라고 덮을 뻔 했는데, 두번째 장에서 덕후들의 마음에 몰입하는 바람에 끝까지 읽게 외었다. 책 제목과 같은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에서는 눈물이 찔끔 나왔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세상과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니. 먼 미래, 아니 현재에도 있는 일들이라서 씁쓸하고도 슬펐다. 과학이 발전한 일상이 생소하기도 했지만 지금과는 다른 일상이라 나름 재미 있었다. 깊은 지식이 없어도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다 읽고 나서야 알았는데 남작가님이셨다. 사실 그 동안 남작가가 쓰는 SF에 대해 매우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터라 ..
자보트를 새 언니라고 부르지 마세요 1~4권 안데르센러브 저 라렌느 리디북스 출판 똑같은 눈이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일투성이니까.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목도하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진실은 빛을 향해 움직인다고 합니다. (...) 어둠을 직시하고 극복한다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일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 강해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정신적인 면역이 없는 사람들은 세상의 어둠을 본 것만으로도 영향을 받거나 쓰러진다고 하죠. '볼 수 있는' 이는 '움직일 수 있는' 이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두려움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고 이겨낸 증인들이 있어야, 때가 되었을 때 이야기를 모으고 정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은유가 많이 들어간 것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웃기다. 안 맞는 분도 있을 것 같긴 한..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이주윤 저 드렁큰에디터 리디북스 출판 출세라는 거창한 단어는 내 사전에 없었다. 잘 쓰고 싶다, 내가 잘 쓰려고 노력한 글을 욕심 많은 편집자와 감각 있는 디자이너가 멋지게 엮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잘 좀 팔렸으면, 그걸 읽은 독자들이 내 칭찬 좀 해줬으면, 그리하여 인세 좀 두둑하게 받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징징거린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 모든 문장이 출세하고 싶다는 욕망을 에둘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녀가 일깨워주었다. 전 시리즈인 을 재밌게 읽어서 선택했는데 이 책 또한 재미있었다. 손이 쉬이 가지 않아서 읽기까지 조금 망설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 있었다. 처음에 망설였던 게 후회됐을 정도로 재밌었고 ..
로판인 줄 알았는데 괴담이다 1~2권 물푸울 저 CL프로덕션 리디북스 출판 뭐?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 없이 사는 은둔형 외톨이의 삶은 너무 지루할 것 같다고? 아니다. 돈만 있으면 이렇게 꿀일 수 없다. 얼굴이 언뜻 우수에 차는 게 최근 마음에 힘든 일이라도 있었나 보다. 평소라면 남한테 권유하는 건데 네 마음의 위로가 알 바냐고 생각했겠지만 얼굴이 잘생기니 그 전개도 절로 개연성이 생긴다. 사연 있는 미남인가 보구나. 미남에게 위로가 된다면 좋은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로판, 이자 제목에 적혀 있는 것처럼 괴담. 주인공이 빙의를 했다 보니 자신의 상황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고 있어서 무서움이 덜 했다. (그러나 연재 당시, 댓글창에서는 무섭다, 얼른 도망쳐라 등등 난리였다) 주인공이 긍정..
아가미 구병모 저 위즈덤하우스 리디북스 출판 또다시 물에 빠진다면 인어 왕자를 두 번 만나는 행운은 없을테니 열심히 두 팔을 휘저어 나갈 거예요. 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정말로 슬프거나 최악의 상황에 놓여 더 이상 아무것도 지킬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사람은 저렇게 술에 취해 소리칠 기운도 없을 걸요. 제 눈에는 약간의 불행을 전시하는 걸로 비치기도 해요.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물 위의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워밍업으로 노블웹툰 읽어 놓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블웹툰에서는 그림이 화려해서 묘하기만 했는데, 글로 읽으니깐 잔혹 동화를 읽을 ..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저 난다 출판 나 때문이 아니었어. 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던 거야. 다만 오로지 그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거지. 질량과 질감이 다른 다양한 관계들을 혼자 다 대신할 수는 없었어. 역부족도 그런 역부족이 없었던 거야. 어떤 순간이 있었어. 갑자기 한순간, 네가 나를 이상하고 달콤한 사랑 이야기. 완전히 잊었다는 걸 깨달았어.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순간 이후로 다시는 날 생각하지 않을 걸 알았어. 완전히 잊혀버리는 시점 말이야. 그게 굉장히 실체를 가지고, 누가 친 것처럼 쿵 때렸달까. 전혀 과학적이진 않지만. 그냥 곁에 있어줘.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널 위해서 돌아왔는걸. 그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먼길이었을 거야. 내가 온 길보다도 먼길이야. 한아는 장..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저 상상출판 리디북스 출판 행운은 좋은 습관이 불러들인 결과이고 깨끗한 장소의 정돈된 느낌은 내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개운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 하나로 모든 게 잘 될 거라 낙관하게 된다. 그러니 미신적 의미여도 마음을 의욕적으로 만들어주니 결국 사람의 행동은 변한다. 침울한 기분이 바로 들뜬 마음으로 달라졌다. 내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가진 치유의 힘이었다. 쇼핑 치료라는 말이 있다. 쇼핑은 제대로 하면 실제로 상처 난 마음을 달래준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또 받기만 하는 관계는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나는 조금이나마 내게 너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인상과 그에 걸맞은 약간의 대우를 바랐다. 어떤 관계에서도 그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