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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감상] 아가미 본문
아가미
구병모 저
위즈덤하우스 리디북스 출판
또다시 물에 빠진다면 인어 왕자를 두 번 만나는 행운은 없을테니 열심히 두 팔을 휘저어 나갈 거예요. 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정말로 슬프거나 최악의 상황에 놓여 더 이상 아무것도 지킬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사람은 저렇게 술에 취해 소리칠 기운도 없을 걸요. 제 눈에는 약간의 불행을 전시하는 걸로 비치기도 해요.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물 위의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워밍업으로 노블웹툰 읽어 놓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블웹툰에서는 그림이 화려해서 묘하기만 했는데, 글로 읽으니깐 잔혹 동화를 읽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잔인하고 슬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 놓아 읽어 내리는 건 슬프지 않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책을 덮고 나니 후폭풍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강하의 한마디, 한마디가 뾰족해서 가슴이 아팠다. 물론 곤을 위하는 마음이 있단 걸 알지만 꼭 말을 그렇게 하고 행동해야 했을까? 물론 강하도 미성숙한 아이었긴 했지만... 강하가, 곤에게 조금만 더 따스하게 말을 해줬으면 했다. 끝까지 따스한 말을 안 해준 (서술되지 않은 부분에 나왔겠지만 내가 보는 곳에선 안 나왔으니) 강하가 조금 미웠다. 강하는 반드시 살아서 곤에게 사과를 하고, 곤은 강하에게서 사과를 받고 건강한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0.09.11 ~ 2020.09.12 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