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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기록]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본문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도우 저
위즈덤하우스 출판
나뭇잎에 한 장씩 쓴 이야기가 누군가의 책갈피에 끼워졌다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도 상관없지 않을까. 이름 모를 굿나잇클럽 회원들에게 무전 같은 일지를 쓴 책방지기처럼, 나 또한 이 책의 글들을 저 너머 어딘가에 있을 독자들에게 전해본다. 편안히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이들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지금은 깊은 밤이고…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 p.9
가끔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정말 눈빛이란 그렇게 상대의 본질을 알아보게 하는 그 무엇일까. 순식간에 스캔하는 홍채 인식도 아닌데. 하지만 흔들림 없이 전해지는 믿음에 괜히 딴지를 걸기보다 나 역시 사랑하는 존재들의 고유한 눈빛을 골똘히 분석해보고 싶다. 어떤 요소들이 눈동자에 담겨 빛나는지. p.152
수안은 내 말대로 눈을 감았어요. 나는 주문처럼 속삭였습니다. 그리운 기억은 만들면 돼. 무서운 기억은 지우면 돼. 다시 눈을 떴을 때 두 손은 깨끗하고 아무렇지 않아요. 아프지 않아, 그 아이는 말해요. 나는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늘 수안이에게 미안했거든요.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것이.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함께 있어요. 언제까지나. p.178
우리는 더 이상 빛나는 미래를 가진 크리스토퍼 로빈이 아니라 다 커버린, 그래서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서 작고 몽땅한 벗들과 오손도손 살아야 하는 푸 곰돌이겠지만 대신 이런 말을 들려주리라. 굿 타임즈 네버 심드 소 굿- 좋은 시절일 땐 그걸 몰라. 그러니 참 좋은 날들이었고 지금도 좋은 나날이며, 앞으로도 그러리란 걸 알아주리라고. 우리 곁을 스쳐가는 아무렇지 않은 나날들이 좋은 날임을 잊지 않고 알아봐주면 되는 것이라고. p.290
2020.02.10 ~ 2020.02.12 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