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기록] 지구에서 한아뿐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저
난다 출판
나 때문이 아니었어. 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던 거야. 다만 오로지 그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거지. 질량과 질감이 다른 다양한 관계들을 혼자 다 대신할 수는 없었어. 역부족도 그런 역부족이 없었던 거야.
어떤 순간이 있었어. 갑자기 한순간, 네가 나를 이상하고 달콤한 사랑 이야기. 완전히 잊었다는 걸 깨달았어.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순간 이후로 다시는 날 생각하지 않을 걸 알았어. 완전히 잊혀버리는 시점 말이야. 그게 굉장히 실체를 가지고, 누가 친 것처럼 쿵 때렸달까. 전혀 과학적이진 않지만.
그냥 곁에 있어줘.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널 위해서 돌아왔는걸. 그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먼길이었을 거야. 내가 온 길보다도 먼길이야.
한아는 장난스러운 눈을 한 경민을 마지막으로 보고 눈을 감았다. 심장이 마지막 걸음을 할 때, 경민이 속삭였다. 다시, 다시, 다시 태어나줘.
SF 소설이라 망설이다가 읽었는데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으잉? 하면서 읽었는데 나중에 되니깐 주인공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었다. 사실 읽으면서도 새드 엔딩이 될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책의 첫 문장인 작가의 말부터 빵 터졌고 본편도 유쾌했다. 결코 가벼운 주제는 아니었지만 환경에 대해서도 편하게, 생활밀접형으로 다뤄서 좋았다. 정세랑 작가님의 다른 책도 읽어 보고 싶다. 그리고 책이 두버전인 것 같은데 두권 다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다. ※ 다른 버전은 동네서점 버전이라고 한다. TOT
2020.09.06 ~ 2020.09.09 완독